추정손실 여신 1년새 1천억↑
이자 부담에 PF까지 '이중고'
국내 저축은행에서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 가운데 아예 회수 불능 상태로 판명된 금액이 1년 새 1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속 이자 부담으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는 와중,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한파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둘러싼 리스크까지 확산되며 저축은행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 중 추정손실로 분류된 액수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97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1096억원) 늘었다.
추정손실은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여신을 일컫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빌려준 돈인 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최하 단계에 속한다. 금융사는 해당 액수 전액을 충당금으로 잡아야 한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우선 OK저축은행의 추정손실 여신이 16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9.7%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웰컴저축은행의 해당 금액도 36.0% 늘어난 1499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SBI저축은행의 추정손실 여신이 969억원으로 0.9% 증가하며 많은 편이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저축은행(598억원)·페퍼저축은행(427억원)·애큐온저축은행(411억원)·JT친애저축은행(366억원)·더케이저축은행(225억원)·모아저축은행(222억원)·다올저축은행(214억원) 등이 추정손실 여신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결국 저축은행 대출을 상환하는데 곤란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제1금융권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이 많은 특성을 감안하면 그 만큼 취약차주의 고충이 크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업계가 파이를 키워 온 부동산 PF 대출도 문제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를 둘러싼 PF 대출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이자가 비싸질수록 여신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이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4.25~4.50%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이후 일곱 차례 걸쳐 공격적인 인상을 이어 왔다. 특히 같은 해 6월부터 7월, 9월, 11월에는 각각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며 사상 유례없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 19명이 각자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수준을 취합한 지표인 점도표는 올해 말 금리를 5.00~5.25%로 나타냈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0.75%p 더 오른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채권 중에서도 더욱 위험이 큰 여신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금리 리스크 확대를 상수로 두고 보다 보수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